2025년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예술감독 김백기)는 올해 주제를‘섬진강별곡(蟾津江別曲)’으로 정했다.

‘별곡’은 민간에서 불렸던 이야기 가득한 노래로, 시대의 숨결과 민중의 애환을 사적인 서사로 담고 있다. 예술제는 이 노래 형식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섬진강을 따라 흘러온 삶의 곡조를 예술 언어로 새롭게 풀어내고자 한다.

섬진강은 진안에서 발원해 전남과 경남의 경계를 따라 10개의 지자체를 가로지른다. 그 여정 속에는 농부의 땀, 도시를 향한 청춘의 발자국, 오래된 소망과 숨결이 스며있다.

경쟁과 이해득실로 나뉜 인간 사회와 달리, 강은 묵묵히 서로 다른 갈래들을 하나로 잇고, 조화와 화합으로 흐른다. 서로 다른 존재들을 이어주고 지친 마음을 정화하며 다시 생명을 일으키는 모성과 같은 존재. 예술은 이 강의 속성을 닮았다.

‘섬진강’의 ‘섬(蟾)’은 두꺼비를 뜻한다. 못생기고 투박한 두꺼비는 농경문화와 밀접하며 풍요와 장수, 지혜와 수호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섬진강 사람들에게는 두꺼비 울음이 왜구를 물리쳤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또 곡성 고달면엔 ‘도깨비 마을’이 있다.

마천목 장군 설화와 연결된 도깨비는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의 존재로서 은혜 갚음의 징검다리(도깨비살)를 놓는 행운을 가져다준다.

자연과 인간 사이를 넘나들며 삶의 고단함을 웃음으로 승화시켜주는 그들은 어쩌면 농민들이 자연과 늘 맞서며 살아야 하는 경계인의 삶에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상상으로 해석하고자 했던 지혜의 산물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인간이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을 상상으로 풀어낸 이 은유와 지혜의 캐스팅을 오늘날과 같이 심각한 기후위기의 시대에 다시한번 소환할 수 있다면, 양생적 차원에서라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되묻고, 우리 스스로를 새롭게 성찰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상상의 너머에서 조화로운 미래를 꿈꾸는 예술적 확장이며 결국 예술은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방식으로서 도깨비와 두꺼비를 다시 살게 할 것이다. 더 익살스럽고 신묘하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서.

2021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_메타버스_섬진강+토란+백세미+아트 콜라보

강은 문명의 시작이었으나 문명은 강을 병들게 했다. 기후위기, 생태계 붕괴 속에서도 강은 여전히 회복하고 다시 흐른다. 이 회복의 힘, 아픔을 껴안고 나아가는 흐름이야말로 예술의 본성이다.

2025년 ‘섬진강별곡’은 도시와 농촌, 인간과 자연, 전통과 기술의 단절을 예술로 잇고자 한다. 14개국 100여 명의 예술가들이 섬진강의 기억과 삶의 곡조를 자신만의 예술 언어로 펼쳐낼 것이다.

2025년 10월, 우리는 다시 묻는다.

“강은 모든 생명에게로 흐른다. 당신은 어디로 흐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