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시던 한 어르신의 부고를 받고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개원(開院) 때부터 우리와 함께해 오신 어르신들의 빈자리는 언제나 크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번만큼 마음이 무거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저를 보자마자 어르신의 장남께서 울컥하며 말씀 하셨습니다.

"어머님이 빨리 나아서 주간보호센터 다시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끝내 회복하지 못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와 함께 조문하러 간 직원들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다른 자녀분들도 저희를 보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분들의 눈물에는 부모님을 잃은 슬픔뿐만 아니라, 마지막까지 우리 센터를 그리워하셨다는 사실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우리 센터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인에게 우리 센터는 단순한 복지 시설이 아니었습니다. 이분에게는 제2의 모교였습니다.

매일 등교하듯 오셔서 친구들과 웃고 대화하고, 함께 노래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배움터이자 즐거운 놀이터였습니다.

'노치원'이라고 부르시는 분들의 마음이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고인은 이곳에서 외로움을 잊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되찾으셨습니다.

가족들은 그런 어르신의 모습을 보며 안도하고 행복해 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우리 센터에서 함께 해오신 고인은 단순히 돌봄을 받은 것을 넘어, 함께 세월을 나누고 추억을 쌓아온 정든 벗이자, 우리 센터의 자랑스러운 졸업생이었습니다.

"다시 가고 싶다" 라는 어르신의 마지막 말씀은, 저희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가장 큰 증표였습니다.

고인에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작은 행복과 활력을 선물했다는 사실에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면서도, 앞으로의 책임감 또한 무겁게 느낍니다.

사랑과 웃음이 가득했던 이곳, 제2의 모교에서 영원히 졸업하신 어르신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모든 어르신이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습니다.

우리 센터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이 사랑으로 채워진 이 노년의 학교에서 마지막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